아르코미술관 한국-대만 큐레이터 협력기획전 ‘동백꽃 밀푀유’

“안녕하세요, 전 쯔위입니다. 인제야 여러분께 사과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중국은 오로지 한 국가입니다. 양안(중국, 대만)은 단일한 국가입니다. 전 늘 저 자신을 중국인으로서 생각해 왔으며 이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해 왔습니다.” 2015년 TV 프로그램에서 대만 국기를 흔들었단 이유로 16살 대만 출신 트와이스 멤버가 읽었던 사과문의 일부분이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손기정 선수는 일장기를 달고 마라톤을 뛰었고 <조선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그의 가슴에서 일장기를 지웠다. 두 사건은 국가 간의 갈등이 한 개인에게 투영된 사건이자, 떼려야 뗄 수 없는 한국, 중국, 대만, 일본. 이 네 나라의 엉켜진 역사이다. 그중 한국과 대만은 일제 강점기를 함께 겪은 동병상련의 나라면서 반일과 친일의 반대 성향을 가진 나라이기도 하다.

이처럼 비슷한 경험을 지닌 한국, 대만의 작가, 큐레이터 10여 명이 모여 협력기획전 ‘동백꽃 밀푀유’란 제목으로 대학로 아르코 미술관에서 전시 중이다. ‘동백꽃 밀푀유’에서 ‘밀푀유’는 천 겹의 잎사귀처럼 겹겹이 포개졌다는 의미의 프랑스어로 양국이 공유하는 수많은 근현대사를 의미하며 ‘동백꽃’은 그 안에 얼룩진 붉은 상흔을 비유하고 있다.

진눈깨비가 쏟아지던 설 연휴, 아무도 없을 거라 생각했던 아르코 미술관에는 제법 관람객들이 드나들고 있었다. 1, 2층으로 이루어진 전시 중 작가 신제현의 <설탕만다라>가 눈에 띄었다. 미각 산업주의의 표상인 사탕을 가루로 만들어 색색의 글씨를 바닥에 썼다. 작품 한쪽에는 관객이 관람하면서 무의식중에 작품을 훼손하고 있지만, 작가가 전시 마지막 날까지 매일 나와 복구하겠다고 안내문이 걸려 있었다. 이미 바닥에는 설탕으로 쓴 글씨들이 관객들의 발자국에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지워져 있었다. 원래 티베트에서는 수행을 위해 모래로 만다라를 그리고 그림이 완성되면 큰 스님이 그림을 손으로 흩트려 버린다. 이를 통해 수행자는 공한 마음을 배운다고 한다. <설탕만다라>에서는 의도되지 않은 관객의 피드백이 작품을 공으로 만들고 작가는 글씨를 다시 쓰면서 ‘단어’에 대한 의미를 관객에게 던진다. 만다라가 단지 수행의 방법이 아닌 관객과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으로 재탄생 시킨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또 다른 작품으로는 철거, 보존, 개발, 이주, 폐허, 기억, 흔적 등의 키워드를 공유한 대만 작가 천 졔런의 <잔향의 영역>과 한국 작가 강홍구의 <종촌리-사라진 마을 여행하기>다. <잔향의 영역>은 1930년 일제 식민지 정부가 세운 한센병 환자 요양원인 낙생원의 강제 이전, 그리고 보존 운동의 역사를 담기 위해 관련 인물과 요양원 잔해, 풍경들을 사진으로 담고 있다. 한국의 <종촌리 –사라진 마을 여행하기>는 주민들이 세종시로 이주하면서 사라진 마을 종촌리의 모습을 장난감 버스와 함께 담담히 카메라로 그렸다. 개발과 철거, 이주로 인해 사라져가는 역사를 작품으로 기록하려는 양국의 작가를 보면서, 두 나라가 겪은 경험도 비슷하고 그 이면에 버려진 비정한 현실 또한 따로 또 같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두 작품이야말로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가 생각한 ‘동백꽃 밀푀유’가 아닐까. 이 전시는 2017년 2월 12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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