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하고 순수한 감성 <사과나무>

“외롭고 웃긴 가게에 들어오세요”

무용극 ‘사과나무(성하라 연출)’은 이렇게 어울릴듯말듯 야릇한 이상은의 노래로 시작된다. 가게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각자 가슴속에 욕망과 바램, 꿈을 숨기며 살고 있다. 권투선수부터 발레를 배우는 아저씨까지 가게 아가씨가 주는 사과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몸으로 표현하게 된다.

‘댄서라고 우기는 사람들’의 약자인 댄우사는 아침마다 현역 배우들이 발레를 배우기 위해 만든 모임으로 창립 10년만에 처음으로 기념 공연을 준비했다. 사과라는 매개체를 통하여 무대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토해내는 시트콤 형식의 연출 방식으로 지극히 개인적이면서도 친근한 캐릭터로 관객들의 공감대를 끌어낸다.

아기를 잃은 산모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춤, 수줍은 아줌마가 감춰뒀던 붉은 열정의 박쥐춤, 발레를 배우는 배 나온 아저씨의 어설픈 춤, 극의 흐름을 끌어주며 웃음을 자아냈던 짝사랑 청년의 발랄한 점프,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발레 아저씨가 관객에게 건네주던 사과는 더 이상 무대 소품이 아닌 우리 현실 속의 또 다른 희망과도 같다.

탄탄한 구성과 뛰어난 음악 선곡으로 주목받은 ‘사과나무’는 돈이나 흥행을 위한 작품이 아니고 자신들이 좋아서 만든 공연이기에 때묻지 않고 순수하다. 실제로 좋은 작품은 진정으로 자신이 하고 싶을 것을 만들 때 탄생하게 된다. 이 따뜻하고 아담한 공연이 바로 그런 셈이다. 갑자기 ‘사과나무’의 감성을 세계인과 공유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무용극 사과나무
일시 2004년 3월 20일 토요일
장소 혜화동 1번지
출연 댄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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