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갈 곳 없는 한국의 서커스

이윤택 감독의 <곡예사의 첫사랑> 공연박세환 동춘곡예예술단장의 인터뷰 기사를 읽고 과연 서커스를 살리기 위한 연극적 대안이 악극과의 교배여야 하는가 의문이 들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그러면 내가 생각한 이야기 뭉치를 펼쳐보겠다. (쓰다보니 칼럼 비스무리하게 됐다^^;)

한국 서커스 살리기위한 연극적 대안
<곡예사의 첫사랑>

국립극장과 경기도 문화의전당, 연희단 거리패, 동춘곡예예술단이 공동 제작하는〈곡예사의 첫사랑〉이 2004년 7월 22일~24일 밀양연극촌, 8월 10일~13일 서울 국립극장 하늘극장, 그리고 9월 8일~29일에는 수원 문화의 전당 야외 천막극장에서 연이어 공연될 예정이다. 공연은 마임, 마술, 만담, 차력, 곡예, 대중가요, 대중춤, 악극 화술 등을 혼합하여 1960년을 4월17일 천막을 치고 공연을 시작한 유랑 ‘삼천리 곡마단’ 단원들이 2박3일간 겪는 삶의 애환을 담으면서 시민혁명을 맞는 ‘부초’들의 건강한 시각을 보여준다고 한다.

이전에도 <클럽 하늘(연출 박일규)>이란 작품에서 동춘 서커스가 직접 출연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들러리가 아닌 직접 주인공이 되는 셈이다. 연출을 맡은 이윤택 국립극단 예술감독의 말을 빌면 “멸종 위기에 놓인 ‘한국의 대중극(서커스 악극)’을 복원해 탄탄한 문학적·연극적 구조와 결합시켜 우리 시대에 맞는 진짜 대중극을 찾아내려 했다”며 “이는 새로운 연극적 대안을 만들어내는 작업”이라 설명했다.

하지만 <곡예사의 첫사랑>
과연 누가 와서 보나요
공연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공연 타켓층은 50년대 향수를 가지고 있는 60-70대 노년층이다. 코미디언 남철, 남성남, 가수 원희옥, 김태랑 등 젊은 사람들이 기억할 수 없는 사람들이 나와서 과연 무엇을 보여주겠다는 것일까. 기존의 악극이 최근 들어 성행하는 것은 현대의 빠른 흐름에 적응하지 못한 나이드신 분들이 옛날의 느리면서도 구구절절 한맺힌 드라마를 보고 눈물을 흘리고 싶어 찾아가기 때문이다. 이런 악극에 맞춰 서커스도 함께 60년대 어설픈 동네 서커스로 돌아가기 때문에 모든 게 용서된다. 그러나 이것은 더 이상 한국의 서커스를 돌이킬 수 없는 구렁텅이에 빠트리는 거나 마찬가지이다. 이제 뒷걸음질 쳐 갈 곳이 없다.

세계의 서커스는 어떻게 변모하고 있는가

캐나다의 서커스그룹 ‘태양의 서커스’만해도 그 규모는 웬만한 대기업 못지 않다. 미국 라스베가스를 비롯하여 전용관이 몇 군데씩이나 있으며 전세계를 돌며 공연을 한다. 과연 옛날 서커스의 모습 그대로 들고 나왔다면 그들이 성공했을까? ‘태양의 서커스’의 공연을 보면 전 세계의 예술을 한데 모은 듯한 퓨전 공연이다. 아티스트들이 함께 참여하여 우리가 가지고 있던 동양적 것들도 서슴없이 가져다가 쓴다. 한마디로 입 쩍 벌리고 보게 만드는 지상 최고의 쇼이다. 서커스란 건 그런거다. 쇼! 무한정 감동적인 볼거리를 관객들에게 선사하는 공연말이다.

그렇다면 북한의 서커스를 본 적이 있는가. 제27회 몬테카를로 서커스대회에서 최고상인 금상을 수상한 북한의 평양교예단. 이 교예단은 `날아다니는 처녀들’이란 주제로 공중곡예 부문에서 금상을 받았다. TV방영분을 본 적이 있는데 북한은 세계 서커스 무대에서 최초로 `4바퀴 돌아 잡기`와 `뒤로 돌면서 옆으로 4바퀴 돌아 잡기`, `뒤로 3회전 연이어 2회 돌아 잡기`를 비롯한 복잡하고 어려운 동작을 완벽하게 해냈다.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기립박수를 쳐 주고 싶을 만큼 감동적이였다. 반면 우리의 동춘 서커스는 어느 정도인가? 내 세울만한 독보적인 레파토리는 있는가? 대회에 나갈 실력은 있나?

서커스를 죽이는 길
서커스와 악극의 교배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결국 우리는 <곡예사의 첫사랑>을 통해 한국의 서커스를 살리겠다며 나섰다가 스스로 동네 서커스임을 인정하는 셈이 됐다. 아련한 기억속에 사라져가는 환상의 곡예라는 동춘 서커스 홈페이지 카피 문구에서부터 말이다. 진정으로 서커스를 위하는 길이라면 더 이상 서커스는 과거의 향수가 아니며, 전통이 아니며, 나이드신 할아버지, 할머니가 보는 공연이 되어서는 안된다. 우리에게는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더불어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어줄 진정한 크리에이터가 필요하다. 제대로 된 프로듀서와 아트디렉터가 있다면 우리 것만으로도 충분히 멋진 서커스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만이 서커스가 살길이다.

ⓒ 사진 출처 한겨레, 태양의 서커스

뱀다리

현재 90명중에 50명이 중국인이라고 하는 동춘 서커스단. 5-6년 후에 ‘태양의 서커스단’ 수준의 작품을 무대에 올리겠다는 곡예예술단 박세환 단장의 말마저 글 쓰는 이의 마음을 안타깝게 한다. 대안은 있으신가요?

동춘 서커스단 http://www.circ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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