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곤 병사와 이유진 수녀를 만나다

지난 95년 초연으로 시작된 김형곤씨의 <병사와 수녀>가 9월 3일부터 11월 7일까지 공연을 시작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티켓링크 기사를 확인하시고 쇼블로그에서는 사진 촬영 뒷이야기와 작품에 대한 짧은 단상을 다루겠습니다.

 
창조 콘서트홀에서 김형곤 & 이유진

<병사와 수녀>는 무인도에 떨어진 두 남녀. 한 사람은 성적 욕망이 넘쳐나는 대한민국 군인, 그리고 또 한 명은 천주님의 자녀인 수녀. 아무도 없는 둘만의 공간에서 일어나는 인간의 동물적 욕망의 표출과 이성적 반항을 극한의 캐릭터와 공간에서 보여주는 작품이다. 챨스쇼오의 원작 부분에서 무인도 장면만 떼어다가 김형곤씨가 직접 각색, 연출, 출연까지 했다. 이미 여러 수녀들이 거쳐갔으며 이번에는 최지우에 이은 제 6대 수녀로 ‘야심만만’ 등에서 당차고 시원시원한 여성 이미지의 이유진씨가 맡게 되었다.

이유진씨는 리허설 중에 눈물을 많이 흘려서 코끝이 빨갛게 된 상태였다. 10여 분 정도의 짧은 인터뷰였지만 두 사람은 시종일관 밝게 대화를 나눴다. 특히 이유진씨는 작은 얼굴에 뚜렷한 이목구비로 첫인상이 너무 좋았다. 하지만 마지막 리허설 공연을 보면서 정말이지 미안하지만 그녀가 이런 연극에 왜 출연 결정을 내렸는지 같은 여자로서 말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저질 강간 연극 <병사와 수녀>

<병사와 수녀>는 굉장히 위험한 연극이었다. 무인도에서 둘만 남게 되자 남자는 ‘우리 둘밖에 없다.’라는 핑계를 대고 자신의 욕정을 채우려고 여자를 덮치려고 한다. 다행히 수녀라는 그녀의 직업 때문에 그가 덮칠 때마다 “전 수녀에요”라고 성호를 그으며 도망가는 바람에 이성이 그의 작업을 방해한다. 인터뷰 중에 김형곤씨는 극중에서 보여주는 ‘줄까말까’의 상황은 전 세계적으로도 통할 것이라며 이걸 뮤지컬로 만들어 브로드웨이를 가져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절대 ‘줄까말까’의 상황이 아니었다. 죄의식 없는 남자가 일방적으로 여자를 강간하려고 드는 것이다. 수녀가 스스로 천주님을 버리고 욕정을 위해 그하고 ‘할까말까’ 고민을 하는 것이 내용이 아니라는 것이다.

욕과 강간을 코미디로 희화시키려는 이 연극을 보면서 우리의 위안부 할머니들의 얼굴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것을 의식해서인지 극 중간에는 김형곤씨가 해설자로 나와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이건 우리 둘만 아니깐 괜찮아’ 식의 근친상간을 비롯한 여러 성폭력이 우리 주변에 있다며 자신들의 작품은 그런 인간의 심리상태를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라고 그동안 진행된 모든 상황들을 무마시키려고 한다. 그러다가 극은 갑자기 아무 이유없이 병사는 마음을 바꿔 수녀를 보호해 주고 그러다가 아무 이유없이 죽는다. 하지만, 변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 강간은 강간일 뿐이다.

깔깔대고 웃는 코미디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두 사람을 기쁘게 만났다가 공연 보고 기분이 찜찜해 졌다. 아직도 전세계 전쟁터에서는 포로로 잡힌 여성들이 군인들에 의해 겁탈을 당한다는 보도가 종종 있다. 힘없는 여성들은 연극에서도 현실에서도 여전히 인권을 유린당하고 있다. 과연 그녀가 수녀가 아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이래서 아내가 자기 딸을 성폭행 한 남편을 죽이는 비극적 사건이 계속 될 수밖에 없는 거 같다.

 

출처: http://www.bbstudio.kr/50 [별별창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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