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링크기사] 상상력 굿판 <백마강 달밤에>

극단 목화의 창단 20주년을 기념한 연극<백마강 달밤에>가 10월 10일까지 동숭홀에서 공연된다.
한국적 정서를 담은 작품을 40여년동안 만들어 온 오태석씨의 작품으로 평단의 좋은 평가를 얻은 작품으로 이번 리뷰는 티켓링크 회원기자 리뷰로 동시에 올라갑니다.

여보게 무엇이 되어서 저승에서 만나고 싶은가
상상력 굿판 ‘백마강 달밤에’

우리가 죽으면 어떻게 될까. 예수 천국으로 갈까? 다음 생으로 환생? 아니면 미스터리 단골 손님인 귀신이 되어 이승에서 못다한 방송출연의 꿈을 실현할까? 이처럼 현대인들에게는 다양한 입맛에 맞는 각양각색의 사후세계가 준비되어 있다. 하지만, 예전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에서는 저승이란 곳에서 모두 모여 살았던 게 아닌가 싶다. 언제 어디서든 무당이 부르면 벌떡 일어나 달려왔으니깐 말이다. 과연 이승과 저승은 어떻게 연결되어 있으며 죽은 사람들은 저승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었던 것일까.

궁금해 하는 여러분께 좋은 기회가 생겼다. 죽지 않아도 연극 ‘백마강 달밤에’를 통해서 궁금했던 저승의 모습을 엿볼 수 있으니깐. 연극열전 시리즈 중 하나로 10월 10일까지 동숭홀에서 공연되는 이 작품은 백제 병사 원혼 굿을 지내주던 할멈(황정민)이 꿈을 통해 그의 수양딸 순단(이수미)의 전생이 금화였음을 알게 되고 의자왕과 얽힌 원한을 풀어주려고 한다. 그러던 중 이승과 저승을 넘나들던 무당(성지루)는 백제의 성충, 계백, 의자왕의 저승에서의 모습을 보게 된다는 내용이다.

93년 초연된 이 작품은 한국적 정서의 가지고 있는 대표적 극단 목화의 오태석씨가 극단 창단 20주년을 기념하여 다시 선보이게 되었다. 아직까지 이승과 저승이 연결되어 조상의 힘이 이승에까지 미친다고 믿고 있는 우리는 매년 조상에게 한 해동안 돌봐줘서 고맙고 앞으로도 잘 봐달라는 의미로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바친다. 이런 한국적 정서가 연극적 상상에 덧붙여져 이승에서 저지른 업보가 저승에서 어떻게 펼쳐지는지 가보지도 못한 저승생활을 마치 생생한 꿈에서 보듯 오태석씨의 상상의 눈을 통해 함께 바라보고 상상할 수 있게 된다.

특히 나라를 망국으로 가져간 백제의 의자왕이 고통스럽지만 죽은 자신의 병사들에게 칼에 찔리는 벌을 받고, 가족들을 자신의 손으로 죽인 계백은 거미가 되어 나비가 된 아이들을 계속 잡아먹는 나날을 보낸다는 설정은 왜 오태석씨의 상상력이 평단에서 추앙받는지를 여실히 증명하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그의 뒤에는 실제로 나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일품 연기를 보여준 황정민씨의 노파 연기와 나무랄 때 없는 성병호, 이수미씨의 연기가 있었다. 아쉽지만 4년만에 무대로 금의환향한 성지루씨는 충격적인 장발머리 스타일에도 불구하고 다소 몸이 덜 풀린 듯 했다.

초연 당시 수많은 상을 휩쓸면서 평단의 호평을 받았지만 사실 요즘 젊은 관객들이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작품을 관람하기에는 다소 어렵고 지루하게 느낄 수 있다. 다양한 시도를 통해 퓨전을 추구하려고 했지만, 이번 공연에서는 군데군데 나오는 튀는 음악과 사이렌 소리, 저승 사자들의 의상들이 부조화를 이뤘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극단 미추의 손진책씨가 <백마강 달밤에>를 마당놀이 버전으로 만든다면 이 작품의 기획 의도와 맞는 이웃과의 한바탕 놀이 마당으로 변신할 수 있지 않을까 상상을 해 본다. 내 상상을 막지 말지어다. 인간의 상상만큼이나 무궁무진 무한한 것은 없으니깐 말이다.

공부하고 공연을 보자, 작품 이해도 2배 상승!

아직 공연을 보지 못하신 분을 위해 공연에 나오는 몇몇 인물들에 대한 설명을 덧붙인다. 공연장 가기 전에 공부하고 간다면 훨씬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정도 투자를 해야 극단 목화가 낳은 빛나는 배우들의 자축 굿판에 어깨라도 들썩일 수 있지 않을까.

    

은산 별신제
지독한 괴질로 마을이 황폐화되던 옛날, 한 노인의 꿈에 백제 장군이 나타나 유골을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면 보답을 하겠다고 하여 그리해 주니 마을에 다시 평안함이 찾아왔다는 전설로 인해 시작된 충청남도 부여의 은산리 마을의 제사로 백제 군사들의 넋을 위로하고, 마을의 풍요와 평화를 기원하는 향토제

성충
주색에 빠져있는 백제 의자왕에게 충언을 하다 옥에서 굶었다고 한다. 저승에서는 굶어 죽었다는 이유로 목에 올가미를 씌워진 채 먹기만 하면 바로 토해내는 가마우지(황새목 가마우지과 조류)가 되어 먹지도 못하고 어부에게 이용당한다.

계백
가족들을 자신의 손으로 목을 벨 정도로 죽음을 각오한 채 전장에 나간 백제의 장군. 저승에서는 거미가 되어 아버지 보고 싶어 나비가 되어 날아온 자신의 아이들을 잡아먹고, 심지어 개구리로 변신해서도 나비가 된 아이를 잡아먹는 등 이승의 업보를 그대로 안고 있다.

의자왕
사치와 방탕으로 국력을 낭비하다 망국의 길로 이르게 한 백제의 마지막 왕. 저승에서는 한 맺힌 백제 병사들의 칼받이가 되어 고통의 나날을 보내나 아직도 아흔 일곱 번이나 더 찔려야하는 운명이다.

금화
의자왕의 애첩이자 김유신이 보낸 무녀 첩자로 충신 성충에게 누명을 씌워 죽게 하는 등 백제가 망국으로 들어서게 했다. 작품에서는 의자왕을 칼로 찔러 죽이고 할멈의 수양딸 순단으로 다시 태어난다.

뒤풀이

 동숭아트센터에서 <백마강 달밤에>고사

첫 공연이 끝나고 관객과 함께 <백마강 달밤에> 고사가 있었다. 출연 배우들과 극장 직원들, 기자들 등 공연과 관련 있는 모든 사람들이 돼지머리에 절을 했다. 오태석씨는 첫 공연 소감으로 너무 못해서 오늘 오신 분들을 다시 모셔야겠다며 겸손의 말을 남겼다. 고사를 하는 이 순간만큼은 저승에서 온 혼령들과 이승에 사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백마강 달밤에>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 하나로 모인 듯 싶었다. 어느새 손에 쥔 시루떡에는 넉넉한 나눔의 옛정이 따뜻하게 남아있었다.

 <백마강 달밤에> 연출자 오태석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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