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대 대선. 개표참관인(FEAT.시민의 눈)

어제 저녁 8시, 광화문에서 기쁨의 순간을 만끽하지는 못했지만, 개표장에 들어오는 투표함을 맞이하는 가슴 설레는 순간을 경험했습니다. 왜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하는지 실감 났습니다. 보호를 받으며 들어오는 투표함 하나하나, 열린 투표함 속에 들어있던 한 표 한 표가 뭉클했습니다. 한 표가 한 사람으로 보입니다. 사람들이 투표지를 통해 외치는 게 들립니다. 실제로 현장에서 보면 가슴으로 확 와 닿습니다. 광장 위에 모인 사람들이 개표장에 모두 모여있는 게 느껴집니다. 이게 민주주의구나. 경이롭습니다.
 

새벽 3시까지 개표한 결과 투표 중 얘기되었던 줄 간격 없는 투표지는 없었습니다. <더 플랜>에서 주장하던 분류기 혼표도 거의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미분류표가 나오긴 했지만, 기계의 민감도에 따라 넣을 때마다 다르게 판단을 내리더군요. 제가 참관했던 라인에서는 분류기가 기계적 고장으로 계속 잼을 일으켜 여러 번 중지되고 포켓을 옮기고 청소를 하는 등 개표가 지체되어 결국 꼴찌로 끝냈습니다. K값도 종로구 몇 개로는 결론 내릴 수 없는 문제라 뭐라 말씀드리지는 못하겠네요. 나중에 시눈 중앙에서 모든 데이터를 모아 계산을 해 보겠죠.
나름 다행인 건 <더 플랜>과 시민의 눈의 이슈로 계수기의 속도가 1분당 300장에서 150장으로 떨어져서 혼표 찾기는 쉬워졌습니다. 전에 300 속도를 어떻게 눈으로 따라잡았는지 어이가 없네요. 150도 눈 안 감고 보느라 시간이 갈수록 눈알 빠지는 줄 알았습니다.
 
사전투표함 지킴이 하면서 가장 걱정됐던 건 관외투표함 보관 문제입니다. 관내투표함은 CCTV에다가 방 밀봉까지 철저히 하는데 관외투표함은 계속해서 우편으로 투표지가 날아오기 때문에 올 때마다 정리해서 관내보다 보안이 허술합니다.
개표하면서 가장 의심스러웠던 건 거소투표 결과였습니다. 거소투표는 신체가 불편하여 투표장에 못 가는 사람들을 위해 우편으로 받아 투표 후 우편으로 보내는 투표방식입니다. 종로구 거소투표 결과는 1번 64표, 2번 42표, 3번 65표로 안철수가 이겼답니다. 일반 개표결과랑 조금 다르죠?
 
투표, 개표 과정에 미흡한 면들을 보완하기 위해 여러 가지 의견들이 나왔습니다. 12시가 넘어가니 연세가 있는 반 이상의 개표참관인이 참관을 안하고 쉬고 계셨습니다. 저는 거의 7시간 동안 서 있었는데 다리가 정말 아팠습니다. 나이 드신 분들은 더 아팠겠죠. 이렇듯 개표참관인이 서서 지켜보는 일만 하기보다는 개표사무원과 개표참관인이 같이 수개표를 하는 게 어떻겠냐, 아예 투표장에서 개표하자, 개함부에서 투표지를 정리할 때 수개표처럼 분류하자 등 직접 경험해 보니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3월부터 매주 스터디를 통해 선거에 대해 공부하고, 사전투표함 지킴이, 5월 10일 대선 개표참관인에 이르기까지 약 두 달동안 참여하는 정치가 뭔지, 시민의 힘이 뭔지 몸소 느끼게 되었습니다. 여러분께도 인생에 한 번은 개표에 참여해 보시라 권해드리고 싶네요. 촛불집회보다 더 확실하게 민주주의의 과정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자발적인 참여로 서로 의지가 되었던 종로구 시눈 여러분, 수고 하셨습니다. 내년 지방선거도 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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