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뭐하며 보내셨어요?

어우 뭐야~ 예약 안했잖아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집에 짱 박혀 있다가 다음날 25일 아담한 뷔페를 갔습니다. 그.런.데. 예약으로 자리가 다 찼다고 5시 30분에 갔는데도 불구하고 쫓겨났습니다. 3시간 느긋하게 밥 먹을 생각하고 점심도 부실하게 먹었건만 ㅠ_ㅠ;; 크리스마스 날 방황하게 생겼지요. 배도 고프고 추운데 몇 번씩 길바닥에서 OTL 좌절 포즈를 취하며 “예약!!!!”을 소리 높여 소리치기도 하고 ‘킹콩’ 마냥 가슴을 마구 치며 포효하기도 했지요. 그럼 뭐합니까. 이미 뷔페의 꿈은 날아가 버리고.

청계천 홍등, 저게 뭘까?
뷔페에서 본 탕수육을 보더니 그게 먹고 싶다기에 대안으로 자주 가던 명동의 중국집을 떠올리다가 불현듯 청계천의 빨간 홍등이 생각나서 그래, 오늘 생각난 김에 그곳의 정체를 확인해 봅시다! 라고 제안, 청계천으로 향했습니다. 와우~ 그런데 이곳은 루미나리에로 화려한 조명이 번쩍! 사람들도 많고.. 앗싸! 연말 분위기 이제야 제대로 삘 나고~ 오 좋아 좋아 시작이 좋아 가는 거야~ 이런 걸 보고 전화위복, 일석이조, 일거양득이라는 거지. ‘공을기객잔'(이름도 어렵다)이 중국요릿집이라는 걸 확인하고는 입구로 들어갔습니다.

오래전에 나도 ‘신용문객잔’ 같은 영화 컨셉으로 중국식당을 만들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정말이지 제 아이디어가 그대로 현실로 바뀐 듯한 그런 느낌을 주는 곳이었습니다. 들어가는 입구 인테리어부터 종업원들의 옷, 그리고 중국말로 정신없이 떠드는 컨셉까지..(물론 그 중국어는 좀 서툴긴 했지만) 이야, 영화 속에 들어온 듯한 착각. 그.러.나 역시 날아오는 질문. “예약하셨습니까?” “아..눼..안 했는데요.” “아. 그러세요? @#$%ㅆ^(중국어)” 그러더니 우리를 무슨 커튼이 처져있는 정자 같은 곳으로 안내하더니 좋은 자리라고 앉으라고 하더군요. 와우! 쫓겨날 줄 알았는데 이게 웬 횡재! 입이 찌익~ ^_________^ 벌어지며 서로 쳐다봤죠. 비싸면 그냥 나가려고 했는데 이렇게 좋은 자리까지 받아놓은 상태라 그냥 철퍼덕 앉았습니다.

나는야 동방불패, 한잔 들게나, 휙!

공을기객잔 http://www.kongulki.com

메뉴판을 주는데 무슨 중국 서적을 주는 줄 알았습니다. 상단에는 다 한자로 쓰여 있고 하단에는 중국어 발음을 그대로 한국어로 써 놓은 메뉴들이라서 도저히 알아먹을 수가 없었죠. 한참 들여보다가 “저기 탕수육 비슷한 음식이 뭔가요?”라고 물어보고 ‘꾸어뽀우뤄(17,000원)’라는 음식이 잘 나간다며 추천받고 사천짜장면이라고 하는 ‘라짜쨩멘(5,000원)’을 시켰습니다(영수증에 있는 그대로 쓰고 있습니다-_-;) 웬만한 중국집에서는 잘 나오지 않는 절인 땅콩이 반찬(?)으로 나왔고 ‘꾸어뽀우뤄’는 너무 부드러워서 도대체 고기가 어디 있는 거야? 돼지고기 보물찾기를 했으며 ‘라짜쟝멘’은 너무 양이 적어서 ‘곱빼기를 시킬 걸’ 후회를 했습니다. 배는 70% 정도 밖에 차지 않았지만 이미 눈으로 30% 먹고 채웠기 때문에 만족했습니다. 조명이 워낙 어두운 탓에 사진이 제대로 나온 게 없어서 공식 홈페이지에 있는 사진으로 잠시 설명을 하자면(이것도 무교동 지점 거는 없고 압구정점의 사진입니다) 저런 복장을 한 종업원들이 서빙을 보고, 오른쪽에 있는 정자 같은 자리에(무교동은 사진의 1/4 사이즈로 거의 독방수준으로 훨씬 아담, 커튼을 내리면 안에서 뭘 하는지 모를 정도) 앉아서 먹었습니다^^
이제야 연말 분위기, 루미나리에
중국 영화속에서 빠져나오자 청계천, 세종문화회관 앞, 그리고 시청 앞까지 루미나리에가 펼쳐지더군요. 올해는 비록 원하던 스케쥴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새로운 공간을 즐길 수 있었던 크리스마스였고 이 소중한 추억, 평생 내 마음에서 도망가지 말라며 다시금 머리에도 가슴에도 한 땀씩 새겼습니다. 그리고 바로 옆 서울 프라자호텔 로비로 자리를 이동, 손님을 가장하여 짧은 일본어와 중국어로 대화하며, 호텔 소파에서 느긋하고 분위기 있게 공짜로 앉아서 내년 계획을 짜다가 집으로 왔습니다. 서로 무슨 말 하는지 모르면서 얘기하는 우리들이 더 웃기기도 했지만, 언젠가 다시 한번 뮌헨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리라는 마음은 같았으리라. 더불어 뉴욕의 크리스마스를 즐길 날도 있길.

16 comments Add yours
    1. 이요님이 보내신 크리스마스도 재미있어 보여요. 저도 내년에는 집에 모여서 하는 크리스마스를 보내보고 싶네요.

    1. 그러게요. 저도 인천에 사는지라 1시간이 넘는 거리를 왔다갔다해야 즐길 수 있다는;; 그나마 부산은 다른 지방에 비하면 서울수준이죠.

  1. 저는 크리스마스 이브와 연달아 이틀간 교회 중고등부 아이들과…..
    크리스마스라고 나름대로 단장하고 간게 화근이었습니다;;
    (구두 신고가서 발 뽀사지는줄 알았음-_-;;;;)
    이브날엔 연극 준비 때문에 구두신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애들은 어찌나 대단하던지 올나잇이다 뭐다 해서 게임에 선물교환에 막강체력을 자랑하더군요;;;;
    저도 나름대로 젊은 축;;인데 중고등학생과 중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은 단 1년이라도 차이가 있나봐요. 흑 (애들 놀때 애찬실에서 야식으로 군만두 굽고 있던-.-)
    그 다음날까지 아주 초폐인으로 예배때 열심히 헤드벵잉 해주고…… 매년 저의 크리스마스는 이렇지요…. -ㅂ-;;;;; 그래도 뭐.. 나름대로 즐거운 맛도 있긴 하지만요. 하하하하;;;

    +
    저도 나중에 좀더 색다른 크리스마스를 보내고파요~ ㅠㅂㅠ/

  2. 즐겁게 보내셨군요. 저도 이브때 청계천 거리를 걸었는데
    어쩌면 지나쳤을지도 ㅎㅎ

  3. 엇.. 인천 어디세요?? ㅎㅎ 저두 인천인데.. 솔직히 시간도 시간이지만.. 친구들이 다~ 시집가서 안놀아 준다네요. ㅋㅋㅋ
    사진은 못찍지만.. 어디가실때.. 우리 많이 모여서. .같이 가요~~~ ^^

  4. 우아~ 전. .간석역 근처 살다가.. 가좌동으로 이사갔는데요..
    직장은 부평이구요.. ^^
    솔직히.. 직장이 끝나는 시간도 늦구.. 휴일두 남들과 틀려서 문화생활을 하고싶어도 맘만.. 굴뚝이랍니다.. ^^
    ㅎㅎ 언제 함. .인천 에 사시는 분들하고 뭉쳐서.. 수다나 떨었으면 좋겠네요~ ^^

    1. 완죤 인천 짠순이시군요^^ 직장에 집까지..
      인천은 서울로 나가지 않으면 문화 소외. 영화까지는 그래도 커버 가능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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