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을 시작합니다.

2004. 7. 8. 11:46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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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치하고 허리가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의사 선생님 왈, 원래 관절이 좀 안 좋긴 한데 특별히 이상이 있진 않다며 아마도 스트레스가 그 원인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씀을 하시더군요. 그러더니 저한테는 수영, 요가, 자전거 타기보다는 배드민턴, 탁구쪽이 오히려 맞는다며 파워풀한 운동을 권하시더라구요. 그렇지 않아도 가끔 재미없는 헬스나 자전거타기를 억지로 겨우겨우 하고 있었는데 의사 선생님 말씀에 '아.. 운동도 자신한테 맞는 게 따로 있구나' 싶었습니다. 전 워낙 공놀이같은 게임류 운동을 좋아했던지라 (학창시절 피구, 발야구, 탁구, 400계주 등 굉장한 승부욕에 불타올랐죠) 항상 그런 운동을 마음속으로 그리워했죠. 하지만 학교를 떠나고 나서는 거의 해 본 적이 없군요.

그래서 용기를 냈습니다. 작년 겨울에 초등학교 운동장에 조깅한다고 갔다가 발견한 동네 배드민턴 모임. 그러고보니 그 때도 어무이를 꼬셔서 같이 가자고~ 가자고~ 졸랐지만 결국 무산되었었군요. 거참. 내가 뭐가 두려워 시작도 못하고 있나 싶어서 드디어는 오늘 새벽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주섬주섬 배드민턴채와 운동화를 챙겼죠. 그러나 강당 앞까지 가서 '얍!, 이얏~' 흘러나오는 아주머니들의 기합소리와 아저씨들의 모습에 다시 주눅이 들고 말았습니다. 이런이런. 쭈삣쭈삣. 기웃기웃. ㅠ_ㅠ 내가 이 정도 밖에 안됐나? 에잇~ 나도 모르겠다. 부딪치고 보자!

"안녕하세요! 저기.. 배드민턴 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나요?"

강당 안은 호기심 어린 얼굴로 나를 쳐다보는 사람들...
아... 아... 이 민망한 시선~ 시선~ @_@

"들어와요. 운동하려고? 배드민턴 해본 적 있어요?"
"아뇨. 그냥 집에서 친 것밖에 없어요."
"그래요. 여기 회장님, 부회장님, 총무님"

(꾸벅~ 꾸벅~ 꾸벅~)"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그래요 열심히 해요. 매일 나와야해요."
"아. 예(최대한 예의바르게)"

그동안 제일 어린 사람이 40대 아저씨라는데 난 완전히 막내. 아버지뻘 어머니뻘 되는 분들이랑 같이 배드민턴을 쳤습니다. 그러나 파워는 장난 아닙니다. 처음에 파트너도 없고 누가 나랑 같이 쳐줄려나 싶어 다시 쭈삣쭈삣했지만 다행히 회장님, 부회장님이 챙겨주시며 연습을 시켜 주셨습니다. 뭣 모르고 게임도 뛰었는데 계속 헛질. 팔은 부들부들.(사실 지금 타자치는 것도 손이 덜덜덜) 오랜만에 하려니 뭔들..

암튼 벼르고 별렀던 일을 드디어 거의 반 년만에 시작을 했습니다. 우선 한달만, 한달만 버텨볼 겁니다. 나의 인내심을 시험하며 나도 꾸준히 뭔가 할 수 있다는 것을 저 스스로에게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수고했어. 수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