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습니다.

2009. 5. 22. 11:09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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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아침 10시 경, 엄마로부터 할아버지의 부음을 들었습니다.
남의 일 같았습니다. 아직까지도.

정월에 뵌 것이 마지막이 되었는데, 집안내에서 큰 일 치루는 게 머리 크고는 처음인지라 이번을 계기로 많이 배웠습니다. 할아버지는 91세를 누리시고 아침밥 드시고 개밥까지 주신 뒤 화장실에서 돌아가셨습니다. 착하고 조용하신 성격인데 자식들한테 마지막까지 선물을 주시고 가셨습니다. 날씨도 좋았고. 고생도 시키지 않고. 형제간 땅 팔아먹고 도망간 둘째집도 10년만에 형제들 앞에 서게 만드셨네요.

할아버지께서 무교라 그냥 일반적 유교장례를 치뤘고, 입관식을 하기 전 궁중염을 1시간 정도 진행했습니다.
전 태어나서 염하는 건 처음 보는 거였는데, 염은 소염과 대염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소염에는 세신을 하고 수의를 입히고 몸을 묶고 가족들에게 할아버지 얼굴을 공개하고 마지막 인사를 하게 해 주었습니다. 다들 호상이라 우는 사람도 거의 없었는데 염할 때는...어쩔 수 없나봅니다. 저희 아버지도 염하는 걸 보시더니 울음을 참지 못하시더군요. 그리고는 대염으로 넘어가서 마지막에는 시신 전체에 천으로 연꽃을 만들어주시더군요. 참 예쁘더군요. 그리고 입관을 합니다.

막내작은아버지가 보람상조에 친구분이 있어서 이번 장례는 보람상조가 모두 처리를 했습니다. 광고만 봤지 실제로는 처음 봤는데 정말 모든 걸 다 해주더군요. 모든 진행과 설명, 그리고 음식 나르는 것까지. 360만원에 삼오제까지 해 준다고 하네요. (물론 장례식장 비용, 음식값, 장지 비용은 제외하고) 인터넷 글에 의하면 싸구려 제품들을 사용하고 바가지를 씌우는 거라고 하는데, 정말 정신없는 상황에서는 구별을 할 겨를이 없더군요. 사실 보람상조가 아니라 장례식장에서 이거저거 항목을 만들어서 뜯어먹는 돈이나 안장시 대리석을 세우느냐 마느냐, 어떤 스타일로 할 거냐에 따라 돈이 몇 백이 왔다갔다하는데 그게 더 바가지였습니다.

전 보람상조에 가장 불만스러웠던 건 그들의 도에 지나친 광고와 영업이였습니다. 보람상조에서 파견나온 분들이 입은 제복의 등짝에는 마치 무슨 택배회사처럼 커다란 보람상조 글씨가 박혀있었고, 영정 옆에 커다란 보람상조 글씨 화환, 온통 보람상조 광고만 하고 있어서 좀 거북스러웠습니다. 상 위에는 독고영재가 보람상조 홍보를 하는 젓가락 꽂이가 있었습니다. 마치 상주가 보람상조의 독고영재같단 생각이 들 정도. 손님 중에는  낯선 풍경인지라 밥 먹으면서 보람상조에 대해 물어보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남의 집 상중에 손님들 틈에서 전화번호를 적거나 팜플렛을 꺼내서 영업행위를 하는 건 좀 도에 지나친 듯 싶었습니다.
 
저는 2박 3일동안 잠자리가 뒤숭숭하니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합해서 한 세시간 잤나?
밤 새면 어지럽고 토할 거 같아서 거의 안하는데 정말 정신력은 따로 있나봅니다.
몇달만에 사무실 출근해서 일해야하는데 몸이 축나겠네요 -_-;

이제 할아버지 형제는 할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모두 돌아가셨습니다.
죽음에는 순서가 없다지만, 점점 죽음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걸 느끼니 슬퍼졌습니다.
정말 부모님 살아계실 때 잘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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