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뭐하며 보내셨어요?

2005. 12. 26. 14:42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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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 뭐야~ 예약 안했잖아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집에 짱 박혀 있다가 다음날 25일 아담한 뷔페를 갔습니다. 그.런.데. 예약으로 자리가 다 찼다고 5시 30분에 갔는데도 불구하고 쫓겨났습니다. 3시간 느긋하게 밥 먹을 생각하고 점심도 부실하게 먹었건만 ㅠ_ㅠ;; 크리스마스 날 방황하게 생겼지요. 배도 고프고 추운데 몇 번씩 길바닥에서 OTL 좌절 포즈를 취하며 "예약!!!!"을 소리 높여 소리치기도 하고 '킹콩' 마냥 가슴을 마구 치며 포효하기도 했지요. 그럼 뭐합니까. 이미 뷔페의 꿈은 날아가 버리고.

청계천 홍등, 저게 뭘까?
뷔페에서 본 탕수육을 보더니 그게 먹고 싶다기에 대안으로 자주 가던 명동의 중국집을 떠올리다가 불현듯 청계천의 빨간 홍등이 생각나서 그래, 오늘 생각난 김에 그곳의 정체를 확인해 봅시다! 라고 제안, 청계천으로 향했습니다. 와우~ 그런데 이곳은 루미나리에로 화려한 조명이 번쩍! 사람들도 많고.. 앗싸! 연말 분위기 이제야 제대로 삘 나고~ 오 좋아 좋아 시작이 좋아 가는 거야~ 이런 걸 보고 전화위복, 일석이조, 일거양득이라는 거지. '공을기객잔'(이름도 어렵다)이 중국요릿집이라는 걸 확인하고는 입구로 들어갔습니다.

오래전에 나도 '신용문객잔' 같은 영화 컨셉으로 중국식당을 만들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정말이지 제 아이디어가 그대로 현실로 바뀐 듯한 그런 느낌을 주는 곳이었습니다. 들어가는 입구 인테리어부터 종업원들의 옷, 그리고 중국말로 정신없이 떠드는 컨셉까지..(물론 그 중국어는 좀 서툴긴 했지만) 이야, 영화 속에 들어온 듯한 착각. 그.러.나 역시 날아오는 질문. "예약하셨습니까?" "아..눼..안 했는데요." "아. 그러세요? @#$%ㅆ^(중국어)" 그러더니 우리를 무슨 커튼이 처져있는 정자 같은 곳으로 안내하더니 좋은 자리라고 앉으라고 하더군요. 와우! 쫓겨날 줄 알았는데 이게 웬 횡재! 입이 찌익~ ^_________^ 벌어지며 서로 쳐다봤죠. 비싸면 그냥 나가려고 했는데 이렇게 좋은 자리까지 받아놓은 상태라 그냥 철퍼덕 앉았습니다.

나는야 동방불패, 한잔 들게나, 휙!

공을기객잔 http://www.kongulki.com

메뉴판을 주는데 무슨 중국 서적을 주는 줄 알았습니다. 상단에는 다 한자로 쓰여 있고 하단에는 중국어 발음을 그대로 한국어로 써 놓은 메뉴들이라서 도저히 알아먹을 수가 없었죠. 한참 들여보다가 "저기 탕수육 비슷한 음식이 뭔가요?"라고 물어보고 '꾸어뽀우뤄(17,000원)'라는 음식이 잘 나간다며 추천받고 사천짜장면이라고 하는 '라짜쨩멘(5,000원)'을 시켰습니다(영수증에 있는 그대로 쓰고 있습니다-_-;) 웬만한 중국집에서는 잘 나오지 않는 절인 땅콩이 반찬(?)으로 나왔고 '꾸어뽀우뤄'는 너무 부드러워서 도대체 고기가 어디 있는 거야? 돼지고기 보물찾기를 했으며 '라짜쟝멘'은 너무 양이 적어서 '곱빼기를 시킬 걸' 후회를 했습니다. 배는 70% 정도 밖에 차지 않았지만 이미 눈으로 30% 먹고 채웠기 때문에 만족했습니다. 조명이 워낙 어두운 탓에 사진이 제대로 나온 게 없어서 공식 홈페이지에 있는 사진으로 잠시 설명을 하자면(이것도 무교동 지점 거는 없고 압구정점의 사진입니다) 저런 복장을 한 종업원들이 서빙을 보고, 오른쪽에 있는 정자 같은 자리에(무교동은 사진의 1/4 사이즈로 거의 독방수준으로 훨씬 아담, 커튼을 내리면 안에서 뭘 하는지 모를 정도) 앉아서 먹었습니다^^
이제야 연말 분위기, 루미나리에

중국 영화속에서 빠져나오자 청계천, 세종문화회관 앞, 그리고 시청 앞까지 루미나리에가 펼쳐지더군요. 올해는 비록 원하던 스케쥴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새로운 공간을 즐길 수 있었던 크리스마스였고 이 소중한 추억, 평생 내 마음에서 도망가지 말라며 다시금 머리에도 가슴에도 한 땀씩 새겼습니다. 그리고 바로 옆 서울 프라자호텔 로비로 자리를 이동, 손님을 가장하여 짧은 일본어와 중국어로 대화하며, 호텔 소파에서 느긋하고 분위기 있게 공짜로 앉아서 내년 계획을 짜다가 집으로 왔습니다. 서로 무슨 말 하는지 모르면서 얘기하는 우리들이 더 웃기기도 했지만, 언젠가 다시 한번 뮌헨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리라는 마음은 같았으리라. 더불어 뉴욕의 크리스마스를 즐길 날도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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